『커브의 이사키』를 다 읽고 나서,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강둑길을 달리다 갑자기 끊겨버린 느낌입니다.
지금은 다음 강둑길을 찾아 떠나기 전에 잠시 뒤돌아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합시다.
본작의 작가 아시나노 히토시는 이미 전작 『카페 알파』에서도
몇 가지 떡밥을 회수하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죠.
『커브의 이사키』 역시 떡밥을 회수하지 않고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 채
갑작스럽고 허무하게 이야기를 맺었네요.
이 작품의 완결에 대해 일본의 독자들 역시 의문을 가졌었나 봅니다.
'네이버 지식iN'과 비슷한 '일본 야후! 지혜 주머니(知恵袋)'에 올라왔던
질문과 답변 글을 나름 정리해보았습니다.
* 이 글은 일본 독자의 개인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으며, 실제 작가의 의견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본작, 『커브의 이사키』의 세계관인 '지면이 10배가 된 세상'은
‘사후 세계’를 의미합니다.
사후 세계의 정확한 사이즈를 측정하기 위해
비행선에 의한 측량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후 세계는 죽은 사람의 주관이 반영된 추상적인 세계로
일정하게 정해진 상(像)이 없이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정확한 거리, 넓이, 방위를 확정할 수 없었습니다.
독자가 보고 있는 작중 사후 세계의 묘사는,
주인공인 이사키의 시점에서 투영된 이미지가 구체화되어 보여지는 것입니다.
그 예로, 사후 세계의 '진저에일 병', '시로 씨', '비행기 커브'는,
현실서 데자뷰를 느낀 '병'과 '여자', 이사키의 '오토바이 커브'의 이미지가 반영된 것입니다.
이사키는 사후 세계에서 '도쿄 타워'와 '후지산'을 방문합니다.
하지만 이사키는 현실에서 그곳에 간 적이 없었고, 존재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후 세계에서 이미지가 약하게 반영되어 실감이 나지 않게 되고,
따라서 그 느낌이 ‘반쯤 꿈같은 것’이 되고 맙니다.
또한, 이사키는 생전에 후지산 너머를 가본 적이 없어
반영될 이미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후 세계에서도 후지산 너머로 갈 수 없습니다.
즉, 원래부터 존재를 몰랐던 ‘서쪽의 숲’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한편, 작중에서는 생전의 미련이 ‘가고 싶은 장소’라는 형태로 표현되었습니다.
사후 세계의 사람들은
도중에 삶을 포기하지 않고(자살), 미련을 남기지 않고 성불했기 때문에
'어딘가로 가고 싶다'와 같은 욕구가 희미해졌습니다.
그러나 이사키는 어린 나이에 죽은 이사키의 누나, 카지카에 의해서
살아있으면서도 사후 세계로 이끌려 오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사키는 성불하여 죽은 사람들과 다르게
가고 싶은 장소(미련)가 있습니다.
시로 씨는 생전에 가지 못한 후지산에 대해 신경을 쓰는 이사키를 보며,
이사키의 미련을 확신하고
이사키를 본래의 세계로 돌려보냅니다.
그리고 이때 시로 씨가 말하는 '45초 뒤에 기다릴게.'는
‘사후'(死後)의 말장난으로 (‘45’와 ‘사후’ 모두 ’시고’(しご)로 발음이 같습니다.)
이사키가 죽은 뒤, 사후 세계에서 다시 만나자는 말을 돌려 말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후지산의 정상에서 이사키가 생전의 세계로 잠시 돌아갔을 때,
이사키가 느낀 ‘20분 정도’가 카지카, 사요리에겐 '잠깐'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이사키의 일생이 사후 세계에서의 시간으론 45초밖에 안 걸릴지도 모릅니다.
여기까지가 그 일본 독자의 개인적인 해석이었습니다.
이 해석이 반드시 정답이다 라는 것은 아닙니다.
어딘가로 가고 싶다는 욕구가 없는 사람들만 있다는 사후 세계치곤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니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시로 씨가 맡겼던 짐이나, 시로 씨의 정체, 시로 씨와 찻집 점장의 관계...
쓰다보니 어찌 된 게 시로 씨뿐이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부분도 남아있네요.
정답이 뭔지 이사키는 45초가 지나면 알게 될까요?
결국, 모든 걸 알고 있는 건 시로 씨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커브의 이사키』 최종화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질문자 : fa1968930님
2013/2/9 19:43:14
아시나노 히토시(芦奈野 ひとし) 씨의 작품 『커브의 이사키』 최종화에 대해서 질문입니다.
저는 최종화의 의미를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45초 뒤'나 '다시 만난다'던가
그에 대해서 이해하신 분이 계신다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혹시나 뭔가 다른 해설책 같은 게 있어서 그것을 읽어야만 한다던가???
혹시나… 단순히 연재중단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건가요?? 무슨 일인 걸까요……
베스트 답변 : diabolus_diabelli님
2013/2/10 13:35:44
저도 얼마 전, 6권을 사서 최종화를 읽었습니다.
해설책 같은 건 없는 것 같아서 정답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 나름의 해석을 밑에다 적었습니다. 참고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최종권의 해석】
지면이 10배가 된 세상이라는 것은 ‘사후 세계’를 말합니다.
도중에 삶을 포기하지 않고(자살) 미련을 남기지 않고 성불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카지카는 시로 씨의 동생이 아닌 어린 나이에 죽은 이사키의 누나이며,
그녀에 의해서 이사키는 살아있으면서 사후 세계에 끌려와 있습니다.
생전과 비교해서 지면이 10배가 된 세계의 정확한 사이즈를 측정하기 위해
메이컨II에 의한 측량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거리, 넓이, 방위를 확정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사후 세계에 고인의 주관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사키는 사후 세계에서 북쪽의 타워와 후지산을 방문합니다.
그러나 생전의 세계에서 실제로 방문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지가 약하고
그 느낌은 아무래도 ‘반쯤 꿈같아’라고 하는 것이 되고 맙니다.
성불하여 죽은 사람들과 다르게 이사키에게는 가고 싶은 장소(미련)가 있습니다.
생전에 가지 못했던 후지산에 대한 것을 신경 쓰는 이사키를 보며,
시로 씨는 그것을 확신하고, 이사키를 생전의 세계로 돌려보냅니다.
~~~작중의 대사와 그 해석~~~
■시로 씨의 시간 (#47)
「45초 뒤에도 이사키가 곁에 있기를」
「이사키가 도중에 포기하거나 하지 않으면~~꼭 다시 만날 거야」
「45초 뒤에 기다릴게」
*「45=사후」의 말장난으로, 의미를 돌려 말하고 있습니다.
(*역자주 : ‘45’(四五)와 ‘사후’(死後) 모두 ’시고’(しご)로 발음이 같습니다.)
자살로 인한 지옥행(?)으로 재회하지 못하는 패턴도 있을 수 있습니다.
후지산의 정상(5권)에서 이사키가 일시적으로 생전의 세계에 돌아왔을 때
이사키의 ‘20분 정도’가 카지카, 사요리에게는 한순간이어서,
이사키의 일생이 사후 세계에서의 시간으로 45초일지도 모릅니다.
■파도 (#43)
「아……그랬었나─…………그랬지─」
■바다 할아버지 (#45)
「네 녀석은 아직 갈 곳이 있는 건가」
「사요리는 그렇다 치고 카지카도 '산'에는 그다지 관심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길가에서 (#46)
「다른 사람들이 이 근처의 일상 말고는 관심 없는 것처럼 보여요」
지면이 10배가 된 세상의 사람들은 성불하고 미련이 없기 때문에,
어딘가로 가고 싶다 같은 욕구가 희미해졌습니다.
작중에서 생전의 미련이 ‘가고 싶은 장소’라는 형태로 표현되었습니다.
■배 (#44)
「섬과 섬의 거리, 바다의 넓이, 정확한 방위를 확정할 수 없었어요」
사후 세계는 추상적인 세계로, 정해진 상이 없기 때문에 계측할 수 없습니다.
작중의 묘사는 이사키의 시점으로 이미지를 투영하고 구체화한 것입니다.
의식이 돌아왔을 때 데자뷰를 느낀 병과 여자가 반영되고 있습니다.
(애매한 꿈의 기억을 의식적으로 보완하는 것 같은 것으로, 현실과는 관련 없습니다)
■길가에서(#46)
「북쪽의 타워도 후지산도 아직 반쯤 꿈같아요」
「이사키는 지금 이 상태로는 후지산보다 먼 곳에 갈 수 없어」
「얼마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구로가 말한 '서쪽의 숲'에 도달할 수 없어」
「이사키가 느낀 희미한 구름은 그 앞이 지금의 이사키에겐 없으니까」
상술한 바와 같이, 사후 세계는 생전의 이미지를 투영한 것이므로
생전에 가보지 못한 영역은 사후에도 도달할 수 없다.
이사키가 북쪽의 타워와 후지산에 도달한 것은 원래부터 존재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간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실감이 나지 않았다.
원래부터 존재를 몰랐던 ‘서쪽의 숲’에는 도달할 수 없다.
질문자의 코멘트
2013/2/10 14:07:21
그렇군요!!! 깊고 심오합니다! 가볍게 읽었던 제가 바보였습니다!
멋진 고찰에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후련합니다~
왠지 이 책을 읽고 있을 때의 BGM이 *『하이바네 연맹』(灰羽連盟)의 오프닝 곡이 되었습니다.
(*역자주 : 2002년 방영된 애니메이션으로, 작품의 세계관이 사후 세계로 해석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https://detail.chiebukuro.yahoo.co.jp/qa/question_detail/q13101744003
『커브의 이사키』를 번역했을 당시 (17년 8월경)
나름대로 해석 글을 보면서 정리하고 글을 썼었는데
다시 보니 역시나 못 쓴 글이라고 생각...
그래서 원본 질문 답변 글도 번역해서 같이 올렸습니다.
생각해보면, 도쿄타워나 산의 높이(길이)가 10배가 되었으면
지면(넓이)은 100배가 된 거 아닌가…? 싶지만….